아마 이 블로그에 부동산에 관련된 정보를 올리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부동산이 내 관심사에서 멀어져버렸기 떄문이다. 왜 부동산이 관심사에서 멀어져 버렸을까? 다들 부동산을 사지 못하여 아우성인데. 갑자기 누군가는 벼락 부자가 되어 웃음꽃이 피고 누군가는 벼락 거지가 되었다면서 다들 울상인데.
한 때는 나도 그러했다. 현실적으로 부동산을 살 수 없을 정도가 되니 부동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의 공급을 축소시켰고, 그에 따라 가격은 폭등했다.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부동산을 사지 못하면 영영 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이러한 상승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부동산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선전하고 다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장 내일부터 아파트 시공을 시작한다고 해도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러한 가정을 해 보았다. 내일 당장 하늘에서 아파트가 떨어져 모두가 자기 명의의 아파트가 생겼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충분한 공급이 이뤄졌으니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인가? 그렇게 될 것이다. 종국에는 말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까, 공급을 준비하는 데에도, 또 공급이 이뤄진 후까지도 부동산 가격이 쉽게 안정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코로나 때문에 풀린 유동성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엄청난 가격상승을 만들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땅이 융기하여 산이 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부동산이 충분히 공급된다고 하여 부동산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 부모 세대처럼, 혹은 그들보다 더, 부동산 불패의 신앙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낮아진다고 하면 레버리지를 사용해서라도 한 채 더 보유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돈을 끌어다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일까? 현재 정부의 정책 상 그것은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난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예금? 예금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다섯 살 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가 없기 떄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자율은 점점 낮아질 확률이 높다.
채권은 어떠한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국채는 안전하기는 하지만 은행이자와 거의 비슷하다. 개발도상국 채권의 경우는 이자율이 높기는 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진다. 환율이 요동치는 경우가 많고, 디폴트 선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국가들도 있다.
금과 같은 투자자산은 어떠한가? 이러한 종류의 자산은 산출물을 내지 않는다. 이번의 코로나 사태처럼 시장이 붕괴하는 시기에는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빛을 발하지만 그 때 뿐인 경우가 많다. 즉,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버핏의 말대로 이런 자산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줄 사람이 있을 때만 유효하다.
그리고 부동산. 부동산이말로 개별 종목을 매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주식은 소액으로도 매입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내 부모님은 코로나 사태 전 레버리지를 사용해 서울에 상가건물을 매입했지만, 세입자들이 세를 내지 않는 바람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게다가 부모님의 은퇴가 가까워 옴에 따라 은행에서의 압박도 들어오고 있다. 내 월급의 상당 부분이 부모님의 은행 채무 상환에 들어가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것이며 무탈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정도 그러했었지만 그것은 상당한 오판이었다. 건물 자체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여기저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자본이 충분한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쯤은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켜 건물을 세운 사람들은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그냥 경매에 넘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결국 부동산 투자는 금리위험, 공실위험, 슬럼화 위험, 재건축 위험 짊어지는 것과 같다.
현실적으로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주식밖에는 없다. 사람들은 주식이야말로 위험자산이라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위험성은 부동산이 훨씬 높았다. 장기 분산 투자를 했다는 가정 하에서, 주식투자 지수가 서울의 아파트 투자 지수를 훨씬 상회해 왔다는 것은 자명하다. 부동산 5%룰을 따져본다면 현재 전세를 사거나 영끌을 해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일은 "내게 있어서" 올지 못하다.